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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거울> 악수하지 못하는 두 자아의 외로됨

by domangbook 2024. 8. 27.

25년도 수능완성 실전 모의고사에 이상 시인의 <거울>이라는 시가 수록되었습니다. 

18년도와 20년도 수능특강에도 수록되었던 작품입니다. 

 

이상은 우리에게  <날개>라는 단편작품으로도 유명한데요.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라는 구절은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날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시 <거울> 해석입니다. 

 

함께 수록되었던 신동집 시인의 시 <오렌지> 해석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현대시] <오렌지> 본질에 닿지 못하는 위험한 세상

 

두 시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1. 거울 - 이상

 

거울 이상
거울 - 이상

 

<1연>

소리가 없는 거울 속 세상. 

거울 속의 화자와 거울 밖의 화자를 이어주는 거울이라는 매개채가 등장합니다.

 

<2연>

거울 밖의 화자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거울 속의 화자. 

거울에 비친 모습이 바깥 그대로라는 당연한 사실을 제시하고(거울 안에도 귀가 있음)

그럼에도 그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새로운 인식을 드러냅니다. 

바깥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은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화자는 이 사실을 '딱하다'고 표현합니다. 

 

<3연>

화자의 악수를 받지 못하는 거울 속 왼손잡이. 

마찬가지로 오른손잡이가 거울에 비치면 왼손잡이가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제시합니다. 

이어 그 때문에 악수가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인식이 나오죠. 

소통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소통이 되지 않는 단절된 상황입니다. 

 

<4연>

거울이라는 벽이 있기에 둘은 영원히 만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거울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더라면 거울 속의 나라는 존재도 몰랐을 것입니다. 

4연에서는 거울의 이중적인 속성이 나타납니다. 

두 화자를 이어주는 매개체면서 동시에 완전한 합치를 이루지는 못하게 하는 벽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5연>

거울이 없더라도 거울 속의 화자는 존재합니다.

두 존재는 연결될 수 없기 때문에 거울 속의 화자는 외로된 사업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롭다'는 감정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6연>

거울 속의 화자는 거울 바깥의 화자를 닮아있지만 또 반대입니다. 

거울 바깥의 상을 거꾸로 비추는 거울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둘은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거울 바깥의 화자는 이를 섭섭해하고 있습니다. 

정서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구간이 많군요. 

거울의 안과 밖으로 나뉘어짐으로 인해서 화자는 딱한 감정, 외로운 감정, 그리고 섭섭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상이 거울 속의 나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외로된 뜻: 외로운

 

 

 

 

2. 시 '거울' 해석: 악수하지 못하는 두 자아의 외로됨

 

이상의 문체는 독특합니다. 

띄어쓰기도 되어있지 않고 누군가에게 고발하는듯, 또는 하소연하는 듯하죠. 

바로 본인의 슬픈 상황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시 '거울'에는 두 인물이 나옵니다. 

거울 밖의 나거울 속에 비친 나.

이 두 인물은 거울을 매개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지만 악수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는 없습니다. 

이 상황을 거울 밖의 나는 무척 섭섭해하고, 거울 속의 나는 외로워합니다. 

 

시 거울 해석
거울 속 나의 진정한 자아

 

거울 밖의 나는 우리가 '나'라고 생각하는 존재, 즉 일반적인 자아입니다. 

거울 속의 나는 닿고 싶지만 소통할 수 없는 존재, 즉 내면 깊은 곳의 자아입니다. 

두 자아가 악수하고 합치된 세계가 이상적이지만 그런 일은 애초부터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두 자아는 거울이라는 벽을 두고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결국 진정한 자신에 닿을 수 없고 그것이 우리를 외롭고 또 절망하게 합니다. 

어떤 시가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함께 수록된 시 '오렌지'가 말했던 바와 비슷합니다.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말하다고 한 가닥 희망을 비추었던 시죠. 

 

이상의 '거울'은 현실을 그대로 직시합니다. 

어느 쪽이 옳을까요? 우리는 우리의 본질이라는 것을 살면서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거울이상현대시
거울 -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