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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노정기> 지나온 고통의 길에 대한 기록

by domangbook 2024. 9. 4.

올해 수능특강에는 이육사 시인의 <노정기>라는 시가 수록되었습니다.

시는 들어보지 못했어도 시인의 이름은 익숙할 겁니다 .

이육사 시인은 윤동주 시인과 함께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일제강점기 시기의 시인이기 때문이죠. 

독립운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육사 시인은 저항의 의지가 담긴 강렬한 문체가 특징입니다. 

 

그러한 문체가 드러나는 그의 대표작이 바로 <광야>라는 시인데요, 다음에 이 시도 가져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올해 수능특강에 수록되었던 시는 <노정기>를 같이 읽어 보고 작가의 의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노정기 - 이육사

 

  • 주제: 지나온 삶의 고통과 비애

노정기 이육사
노정기 - 오래 묵은 포범

 

<1연>

=> 티끌만 남아있는 삶

고통스러웠던 인생을 깨어진 배 조각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촌보다도 어설픈 인생은 티끌만이 남아 돛처럼 나부끼고 있죠. 

 

<2연>

=> 고통스러웠던 젊은 날

화자는 젊었던 날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즐거웠을 지 몰라도 화자의 젊은 날은 지치고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밀항하는 배와 같이 소금에 찌들었다고 하니까요. 

 

<3연>

=>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날들

화자는 본인의 삶을 배에 비유했었죠. 3연에서는 그 배가 겪는 고초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암초를 만나고, 태풍과 싸우고 있는 와중 별도 하나 비춰주지를 않습니다. 

삶의 수많은 시련들을 헤쳐나가고 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초 끝에 1연에서 배가 조각나버린 것은 아닐까요. 

 

<4연>

=> 여전히 얽매어오는 현실

지평선은 그리운 존재입니다. 거친 파도와 암초에 지쳐 지평선을 기어올라 보았지만 현실은 시궁창처럼, 또는 열대 식물처럼 화자의 발을 잡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으로 가려고 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군요. 

 

<5연>

=> 외부의 힘에 의해 밀려온 고통

이 고통은 화자가 원해서 겪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밀물이 거미를 떠밀듯이 거대한 외부 힘에 의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죠. 

소라 껍질에 붙어 움직이는 삶은 수동적이기까지 합니다. 

화자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되돌아봅니다.  

 

 

<단어 뜻>

*포범: 베로 만든 돛

*쩡크: 정크, 배의 일종

*조수: 밀물과 썰물

*산호도: 산호초로 이루어진 섬

*시궁치: 시궁창, 더러운 물이 고여있는 곳의 바닥

 

 

 

2. 시 '노정기' 해석: 지나온 고통의 길에 대한 기록

 

노정기는 '노정의 기록'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노정은 '거쳐 가는 길이나 과정'이라는 뜻이죠. 

즉, 이 시는 화자가 거쳐 갔던 길에 대한 기록입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이니 당연히 자신에 대한 성찰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제목을 통해서도 이 시가 회고적이며 자기성찰적일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죠. 

 

그래서 화자의 삶은 어떠했나요?

확실한 건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달픈 고난의 연속이었죠. 

뱃조각, 어촌, 포범, 짱크는 그의 고달픈 인생을 표현하는 시어들입니다. 

흔들리고, 쪼개지고, 녹슬고 흔들리고 있죠. 

 

이렇게 화자의 삶을 힘들게 하는 고난들은 자연물을 통해 표현됩니다. 

화자의 삶이 배이기 때문에 배를 흔드는 시어인 흐릿한 밤, 암초, 태풍이 그 장애물들이죠. 

이 장애물들이 무엇을 상징하는 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제강점기 시인들이 그러하듯 일제의 탄압이 화자의 삶을 고난에 빠트린 장애물들입니다. 

 

포범, 산호도
고달픈 인생과 희망

 

배는, 화자는 희망을 계속 품고 있습니다. 

언젠가 산호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그리고 남십자성이 배의 앞길을 비추어주리라는 희망 말이죠. 

하지만 이 희망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화자는 지평선을 향해 기어오릅니다. 

화자가 생각하는 이상, 즉 광복을 향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역시나 광복은 쉬이 오지 않죠. 

 

거미, 소라껍질무기력한 화자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고단했던 삶이 화자의 의지가 아닌 외력에 의한 것임을 드러냅니다. 

이런 우울하고 비극적인 자기 인식 속에서도 계속해서 지평선을 향해 기어올랐던 선조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광복을 기어이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노정기 이육사
이육사 노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