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모의고사 국어 (가), (나) 지문으로는 예술 지문이 출제되었습니다.
6월 모의고사의 (가), (나) 지문에 비하면 쉬운 편에 속했는데요, 리얼리즘 영화 이론과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의 내용을 파악하면 쉽게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6모의 (가), (나) 지문이었던 논리학 에이어 지문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가), (나) 지문은 쓸 수 있는 지면이 넓어서 그런지 항상 흥미로운 내용이 출제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나) 지문에서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등장하는데요,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은채 비유로 사용하고 넘어갑니다.
오늘 마침 플라톤에 대해 쓰고 싶은 날씨였는데 잘 되었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 지문에서 다루었던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에 대한 내용과 동굴의 비유는 대체 무엇인지 얕고 넓게 알아보록 하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9월 모의고사 지문에 대한 분석이 아닙니다.
* 지문을 읽으면서 해당 내용에 흥미가 생겼거나 주제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에게 좋습니다.
* 이후의 예술과 인문 지문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지도 몰라요.
1.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은 영화를 바라보는 한 가지 시각입니다.
말 그대로 정신분석학을 영화에 적용하여 바라보는 것인데, 1940년대 후반에 들어서 영화 이론에 정신분석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이어 1960년대 자크 라캉을 중심으로 구조주의적인 정신분석학이 대두되며 1970년대에 이르러 이 새로운 정신분석학은 영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카세티의 저서 <현대영화이론(Teorie del cinema: 1945~1990)>에서는 등장인물, 작가, 그리고 관객이라는 세 가지 주체에 따라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을 분류합니다.
1.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신경증
2. 영화 속에 드러나는 작가의 정신적 트라우마
3.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욕망
이렇듯 주체의 욕망과 트라우마, 병적인 증상들을 영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로이트 철학을 알 필요가 있는데요.
프로이트는 '꿈'을 다룬 철학자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있죠.
그는 무의식을 억압적 관념과 본능이 숨어있는 곳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가장 표면적인 장소가 '의식(conscious)', 그리고 그 아래가 '전의식(preconscious)', 그리고 그 보다 더 깊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바로 '무의식(unconscious)'입니다.
프로이트에게 꿈은 무의식이 발현된 곳이죠.
프로이트는 이어서 인격도 세 가지 층위로 구분합니다.
이드(ID), 에고(ego), 그리고 슈퍼에고(super-ego)입니다.
이드는 본능에 가까운 자아, 에고는 의식의 주체, 그리고 슈퍼에고는 판단을 내리는 상아탑입니다.
이 본능은 아동의 정신상태의 대부분을 차지하죠.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에고와 슈퍼에고가 의식을 차지하게 되고 이드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무의식은 이렇듯 억압된 정신적 활동의 영역입니다. 그 무의식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이 꿈입니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계승한 자크 라캉은 상상계와 상징계, 실재계라는 차원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이용하여 영화를 비평한 이론가가 '슬라보예 지젝'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중점으로 보며 숨겨진 의미나 억압된 욕망을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2.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
'동굴의 비유'는 그 자체로도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메타포입니다.
플라톤의 저서 '국가' 7권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이데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태앙의 비유', '선분의 비유', 그리고 오늘 다룰 '동굴의 비유'를 듭니다. 나중에 나머지에 대해서도 다룰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다시 '동굴의 비유'로 돌아옵시다.
먼저 동굴 속에 죄수들이 사슬에 묶여 갇혀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죄수들은 한 방향, 즉 동굴의 벽 방향만 볼 수 있습니다. 죄수들의 뒤쪽에는 인형이 있고 죄수들은 모닥불에 비친 인형의 그림자를 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동굴의 벽에 비친 그림자가 실제라고 생각하고 밖에서 나는 소리도 그림자에 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한 죄수가 사슬에서 풀려나 현실세계를 봅니다.
태양, 그리고 현실세계는 이데아계입니다. 허상을 떠나 무엇이 진실인지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죠.
사슬을 끊고 나온 죄수는 바로 해방되지 못합니다. 이 상태를 플라톤은 '아프로쉬네'라고 부릅니다.
물리적 사슬은 풀려있지만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무통찰 상태인 것이죠.
여기서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약이 생각난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 마스터!
아무튼, 갑작스러운 변화에 바로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진리 세계로 나온 죄수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진실을 얻습니다.
그리고 죄수는 자신이 깨달음을 얻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시 동굴 속으로 돌아갑니다. 다른 죄수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철학자, 그리고 철학을 배운 사람들의 사명입니다.
3.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과 동굴의 비유
마지막으로 다시 지문으로 돌아와봅시다.
지문에 의하면,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가들은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은 동굴의 비유 속 죄수처럼 스크린에 비친 허구적 세계를 현실이라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인형의 그림자를 실제라고 착각했던 죄수들처럼 관객들도 허상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위에서 보았던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과 조금 기조가 다르죠.
아마 이건 1970년 이후의 정신분석학적 영화 이론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의 내용은 1970년대 이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영화를 도구로 보며 영화를 보는 것을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았습니다.
프로이트와 꿈의 연관성은 위에서 한차례 언급했었죠.
꿈에서 무의식이 발현되듯 관객의 무의식적 욕망이 영화를 만든 욕망과 함께 발현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주인공과 본인을 동일시하고, 영화를 현실이라고 믿게 됩니다.
마치 죄수들처럼 말이죠.
<참고문헌>
- 영화와 정신분석, 심은진
- 정신분석학적 영화이론의 전개, 김시무
-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통한 철학상담의 의의, 김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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