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입니다. 바로 문학 읽는법!
정보량이 빽빽한 비문학을 읽다가 시험장에서 문학을 만나면 한숨 돌릴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편안한 기분은 기분이고, 사실 오답은 비문학보다 문학에서 더 나올 때가 많습니다. 비문학은 왜 틀렸는지라도 알지만 문학은 대체 왜 틀렸는지를 알 수도 없죠. 하지만 비문학처럼 문학지문도 나름의 파훼법이 있습니다.
오늘은 문학, 그 중에서도 시에 집중해볼 예정입니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그건 바로 화자의 정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모든 문학 작품은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는 화자의 감정, 즉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작품을 올바르고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속 표현을 꼼꼼히 살피고, 작품이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감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서를 이해하면 문제도 문제지만 시를 훨씬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요?
1. 배경과 상황부터 파악하기
문학 지문은 비문학과 같은 단순 내용의 나열이 아닙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숨겨져 있어요. 정서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작품의 본질적 의미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서 화자가 느끼는 비장한 슬픔과 체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별을 주제로 한 시적 정서와 화자의 내면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서를 파악하는 것은 문학 감상의 핵심이며,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서란 무엇일까요?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상황과 배경은 소설에서는 익숙하게 파악하는 것들입니다. 줄거리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짧고 함축적으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파악이 더 어려울 수는 있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다시 살펴봅시다. 상황이 어떠한가요? 화자는 지금 이별을 앞두고 임을 배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죠. 이별을 앞둔 상황에서는 슬픔과 체념이라는 정서를,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다짐에서는 강인한 자존심과 비장미가 엿보입니다. 이처럼 화자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고, 어떤 사건을 겪고 있는지를 살피면 작품의 분위기와 감정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2. 감정을 드러내는 단어에 집중하기
시는 쓸 수 있는 단어의 개수가 산문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작가가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에는 의도가 들어가있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단어들이 작품의 정서를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라고 할 수 있겠죠. 긍정적인 단어와 부정적인 단어, 그리고 이를 감싸는 어조를 분석하면 작품의 정서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예시를 들어봅시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살펴볼까요. "그리운 별 하나에 이름을 불러 봅니다."라는 구절이 나오죠. 여기에 직접적으로 감정이 드러납니다. '그리운'이라는 단어 말이죠. 여기서 ‘그리운’은 화자의 회상적이고 애틋한 정서를 나타냅니다. <별 헤는 밤>이라는 시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회고적인 어조가 유지되며 화자의 고독과 쓸쓸함을 부각하고 있죠. 감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시어에만 집중해도 시 전체의 감정선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시어가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죠. 예시를 한 가지만 더 들어봅시다. 박목월 시인의 시 <나그네>에서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자연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나그네의 고독과 쓸쓸함을 드러내고 있죠. 특히 '구름에 달 가듯이'라는 표현에 주목해봅시다. 어떠한 정서가 느껴지나요? 화자의 덧없고 부유하는 삶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렇듯 시각적으로 정서를 표현하여 무상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정 단어들은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대체로 해당 감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눈물은 기쁨이나 슬픔을 모두 드러낼 수 있지만 보통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죠.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가 정해져있다는 말입니다. 고향이라는 단어는 어떤가요. 어떤 향수와 긍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예시를 통해 다시 이야기해봅시다.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라는 시에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라는 구절에 주목헤봅시다. 고장이란 고향이죠. 화자가 가진 향수와 정서적 유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단어씩 살펴봅시다. 청포도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시나요? 청량함. 달콤함. 깨끗함. 어떤 긍정적인 감정이 드러나죠. 즉, 청포도는 깨끗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청포도가 익어가고 있으니 희망과 설렘이 느껴집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던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봅시다.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시 표현 말이죠. 눈물은 앞서 말했듯 슬픔과 미련을 긴밀하게 들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죽어도 안 흘린다라는 서술이 붙죠. 죽어도라는 시어에서는 비장함과 결심, 그리고 일말의 체념이 돋보입니다.
감정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방법. 바로 감탄사입니다. 아아, 오오 같은 감탄사 말이죠.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에는 이런 구절이 나오죠.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여기서 ‘님’은 화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의 대상입니다. 님이 간 상황이니까 슬프겠죠. 상황만 보아도 이미 상실감과 슬픔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아'라는 감탄사는 화자의 깊은 비통함과 애절함을 고조시킵니다.
3. 정서의 흐름 도식화하기
좋습니다. 이제 정서를 파악하는 두 가지 방법, 상황과 시어에 대해 배워보았습니다. 남은 것은 도식화입니다. 흔히 우리는 도식화를 비문학에서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에도 도식화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시에 한 가지 정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문학 작품의 정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작품의 정서를 도식화하면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위에서 다루어보았던 시 두 개에만 적용해봅시다.
먼저,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초반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소망을, 중간에는 이상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마지막에는 성취와 기대가 담긴 희망을 이야기하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그러니까 그리움 => 희망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죠.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살펴볼까요? 시는 처음에 별을 헤아리며 시작합니다. 이어서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그리운 정서를 표현하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현재의 고독과 쓸쓸함을 이야기하며 끝납니다. 이 시의 정서는 그리움 => 쓸쓸함입니다. 동일한 정서로 시작했어도 끝나는 정서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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