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어 읽어보기

[문학 읽는 법] 비문학적 사고로 문학 읽기

by domangbook 2024. 12. 22.

다시 돌아온 문학 읽는 법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독특한 방법인데요, 문학과 독서를 연결하는 융합형 접근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처음 읽으면 상당히 물음표가 생길 수 있는 접근방법이죠. 하지만 문학 작품과 비문학적인 사고방식을 융합하는 것은 괴식이 아니라 나름대로 합리적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괴식을 먹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이 말이죠. 

 

문학을 제대로 읽으려면 감성과 상상력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 섬세한 감정은 하루아침에 기르기 쉽지가 않습니다. 이에 반해 비문학적 사고는 연습을 통해 훈련이 가능합니다. 비문학적 사고는 쉽게 말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방식입니다. F보다는 T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죠. 이 방법은 문학보다 비문학이 훨씬 쉬운 학생들, 일반적으로는 이과형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비문학을 읽듯 문학을 읽어보자! 

 

비문학적 사고
비문학적 사고


 

1. 비문학적 사고란 무엇인가

일단 비문학적 사고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립이 필요합니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걸 시도할 수는 없으니까요. 비문학을 읽을 때 쓰는 방법을 떠올려봅시다. 사실들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결론을 도출하죠. 즉, 비문학적 사고정보나 사실을 기반으로 사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객관적 자료 분석, 논리적 연계, 구조적 탐구 등의 방식이 이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 사용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학술적 글쓰기나 과학적 연구, 기사에서 주로 활용되는 사고방식이죠. 이를 문학 작품 읽기에 적용하면 작품 속 문장과 사건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나아가, 그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고 작가의 의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비문학적 사고를 하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2. 작품의 구조 분석하기: 시간과 공간을 중점으로

문학 작품도 일종의 텍스트입니다. 그렇기에 대개 특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문학이 인과관계라던가 대립관계와 같은 전개방식을 채택하는 것과 유사하게 말이죠. 인물 간의 관계, 사건의 전개, 시간적 흐름 등을 분석하면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의 경우 사건을 일반적으로 시간 순서대로 사건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죠. 작품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작품입니다. 엄석대라는 유명한 등장인물이 나오죠. 이 작품은 주인공의 과거 경험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해 보면, 작품의 구조와 주제를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주인공 한병태의 시점에서 시작하죠. 이 부분은 독자가 이야기를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설정하며, 한병태의 성장 과정이 중심 주제가 될 것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전학 초기, 학급의 독재자 엄석대와의 첫 만남. 한병태는 새 환경에 적응하며 기존 질서를 깨뜨리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한병태는 엄석대의 권위에 반발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다른 학생들의 외면 속에서 좌절을 경험합니다. 이후 새로운 담임선생님의 등장으로 권력 구조가 붕괴되고 엄석대의 몰락이 드러납니다. 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성인이 된 한병태가 과거의 사건을 성찰하며 끝납니다. 이 시점에서 시간의 흐름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을 넘어, 주인공의 내적 성장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독재자 엄석대가 가진 절대적인 권력이 몰락하며 그 권력은 허상이었음이 드러나죠. 그래서 이 시간의 흐름은 권력의 동태적 변화를 드러냅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현재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이와 같은 시작(현재)과 끝(현재)이 순환적으로 연결되는 구성은 구조적 정교함과 함께 작품에 전체적인 통일성을 부여합니다.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분석하는 것은 특히나 이 소설과 같은 회상적 구조나 시간 순서가 뒤섞인 작품에 유용합니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나 유진 오닐 작가의 <밤으로의 긴 여로>와 같은 작품처럼 말이죠.

 

시간의 흐름 분석
시간의 흐름 지문 분석

 

시간 순서가 아니라면 또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공간의 변화에 주목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에서 작품의 구조를 따라가면,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공간적 이동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 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서울과 무진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회고적 이야기 이상의 심리적 여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품의 주인공 윤희중은 이야기의 시작에서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인공에게 냉정하고 계산적인 사회적 성공의 공간입니다. 그는 사업가인 장인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얻었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억눌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주인공의 현실적인 억압과 부조리한 사회적 관계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공간적 배경은 무진으로 변화합니다. 무진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으로, 주인공의 내면적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무진의 안개는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상징하며,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공간입니다. 그는 무진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현재의 삶에 대한 회의와 고통을 느낍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서울로 다시 돌아갑니다. 그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내면적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채 억압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죠. 이처럼 공간의 이동은 주인공의 심리적 여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두 개의 공간은 이상과 현실, 억압과 자유, 과거와 현재라는 이분법적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죠. 따라서 이 작품에서 공간적 배경은 단순히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가 아니라 의미를 조율하는 상징적 장치입니다. 주인공이 여러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기행작품들에서 이러한 분석법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겠네요. 

 

 

3.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통한 의도 탐구하기 

비문학적 사고로 문학을 읽는 또다른 방법은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쓰여진 텍스트를 넘어 그 활자가 쓰여졌을 때 당시의 외부상황까지 고려하는 것은 텍스트의 맥락을 풍부하게 만듭니다. 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산물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작가가 살았던 환경, 정치적 상황, 사회적 가치관은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특정한 시기, 고전시대나 일제강점기 시기에 쓰여진 작품들은 그 시대적 배경을 알았을 때 깊이 있는 독해가 가능합니다.

 

먼저 고전소설부터 살펴볼까요? 고전소설은 작품 속 사건과 인물 관계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가치관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은 그 내용만 보았을 때는 단순한 영웅 소설로 여겨지지만, 조선 후기 신분제도의 모순을 고발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당시 사회는 양반 중심의 신분 질서가 엄격했으며, 서얼은 정치적, 사회적 활동에서 배제되었습니다. 홍길동의 갈등은 개인적인 불행이 아닌, 사회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당시의 신분제도와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이 작품을 읽으면 작품의 본질적 메세지를 볼 수 없겠죠. 그 역사적 내러티브를 함께 읽을 때 홍길동의 갈등과 반항이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사회적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다른 시대적 배경, 일제강점기에 쓰여진 염상섭 작가의 <삼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사회적 문제와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을 이해하면 보다 입체적인 독해가 가능합니다. 일제의 경제적 수탈, 문화적 억압, 그리고 전통적 가치관과 근대적 사고의 충돌이 주요 배경을 이루고 있죠. 이 소설에서는 각 세대의 인물들이 시대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조부는 전통적 가치관을 고수하며 변화에 저항하고, 부친은 근대화에 적응하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현실적 제약에 얽매여있습니다. 그리고 손자는 새로운 사상을 추구하며 식민지 현실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죠. 이러한 사회상을 명확히 못한다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을 행동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삼대는 단순히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적 변화 속에서 개인과 사회가 겪는 갈등과 극복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죠.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조금은 혼란스러운 내용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쪼록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