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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김현승 <사실과 관습> 해석

by domangbook 2024. 8. 17.

24년도 6월 모의고사에 시인듯 수필같은 시가 하나 나왔습니다. 

김현승 시인의 <사실과 관습: 고독 이후> 라는 시입니다. 

 

간결한 문체 속 상당히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함께 살펴봅시다. 

 


 

1. 사실과 관습: 고독 이후 - 김현승

 

  • 주제: 사실과 관습에 대한 사색과 회의

차를 마시는 나일뿐
사실과 관습 - 차를 마시는 나일뿐

<1연>

좋아하는 차를 마시는 화자 (시구의 반복)

화자는 고즈넉한 저녁에 혼자서 좋아하는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2연>

차를 마신다는 것은 사실일 뿐이다 (시구의 반복)

차를 마시는 상황은 차의 향기가 라벤더향이건 캐모마일향이건 상관없는 그냥 단순한 사실입니다. 

물이 물인 것처럼 차를 마시는 것은 차를 마시는 것입니다. 

 

<3연>

누구의 시킴이나 누구의 손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님.

참새가 떨어지거나 들국화가 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참새더러 "떨어져!" 혹은 들국화에게 "피어나!"라고 명령해서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일 뿐이죠. 

마찬가지로 화자가 차를 마시는 것 또한 물론 화자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사실이며 관습일 뿐입니다. 

 

<4연>

나와 물을 사실로만 인식하는 화자 (유사한 통사구조 반복)

행위 뿐 아니라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이 물이고 소금물이 소금물이듯 나도 그저 차를 마시는 나일 뿐입니다. 

누구의 시킴이 있어서 내가 나인 것이 아닙니다. 

 

<5연>

사실과 관습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는 화자

화자는 이제 이 생각을 더 확장합니다. 

나와 차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으로 확장하고 있죠. 

 

 

 

2. 시 '사실과 관습 해석: 있는 그대로 보는 삶

 

시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어느날 화자는 좋아하던 차를 마시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차는 차요, 물은 물이요, 나는 나일 뿐이다.

이건 그냥 사실이며 관습이다.'

 

언뜻 당연한 말 같아 보이나 쉬이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사실과 관습이라는 제목 뒤에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사실과 관습: 고독 이후"

화자는 어떤 고독 이후를 말하는 것일까요? 

 

이 고독이란 호올로 차를 마시는 그 순간의 고독일 수도 있고, 화자가 이전부터 경험해왔던 고독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화자는 그 고독의 시간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지만

후자라면 화자는 그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에게도 나는 나일 뿐'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죠. 

 

사실과 관습 해석
시 사실과 관습 의미

 

단순한 사실의 나열 같아 보이지만 여기에는 대비되는 시어가 있습니다. 

'차의 짙은 향기와는 관계없이'라는 말이 두 번이나 나옵니다. 

이 짙은 향기는 내가 차를 마시는 사실, 혹은 관습과 대비됩니다. 

내가 차를 마신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물이 물인 것도, 내가 나인 것도 누가봐도 동일한 결론을 내릴 사실이죠. 

하지만 짙은 향기는 다릅니다. 해석과 의미 부여가 들어가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누구의 시킴', '누구의 손'이라는 시어를 살펴봅시다. 

들국화가 자라는 것은 그냥 자라는 것입니다. 

김현승 시인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들국화는 들국화일 뿐'이죠. 

그것이 어떤 절대자의 의지에 따라 가꾸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시인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지 않고 그 속에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것이 과도해지면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지 못하고 고독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 시의 제목이 고독 이후인가봅니다. 

 


사실과 관습 김현승
사실과 관습 - 김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