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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월 모의고사] 에이어와 프레게-기치 문제

by domangbook 2024. 6. 14.

이번 6월 모의고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지문을 하나 꼽자면 논리학 지문이었습니다. 
 
에이어의 주장에 관한 (가) 지문과 전건긍정식과 행크스의 주장에 대한 (나) 지문이 제시되었는데요. 
기본 논리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지문이었고, 15번 문제와 16번 문제가 까다로웠습니다. 
 
우리는 언제나처럼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넓고 얕은 지식을 알아봅니다. 
에이어는 누구고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반박을 했을까요? 


*본 포스팅은 6월 모평에 쓰인 개념을 설명하는 포스팅으로, 지문 분석이 아닙니다. (공부에 도움이 안 될수도 있다는 뜻) 
*시간이 많이 남거나 개념이 정말 궁금한 독자들만 읽기를 바랍니다. 
*논리학 이론자체가 부족한 이과 친구들에게는 어쩌면 수능 비문학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1. 에이어는 누구인가

에이어는 논리실증주의 철학자로 분류됩니다. 
딱 봐도 "논리", "실증" 처럼 보통 철학하면 떠오르는 뭔가 모호한 개념과는 반대되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에이어는 물리 그 너머의 것을 사유했던 형이상학자들을 비판합니다. 
존재란 무엇인가? 참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해 논의하는 형이상학자들의 명제를 의미없는 진술이라고 여기죠. 
급기야는 이 무의미 형이상학을 철학에서 추방해야한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언어, 논리, 진리 책 에이어
LTL

 
이러한 에이어의 주장에 흥미가 생긴다면 에이어가 집필한 "언어, 논리, 진리"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수험생이라면 책을 읽지는 마시구요.
 
이같은 에이어의 주장은 버틀란드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생각과도 연결되어있습니다. 
이들은 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철학자인) 칸트에게 영향을 받았죠. 이분들은 나중에 또 다루도록 하고. 
 
 

2. 새로운 방향의 제시: 비인지주의, 도덕 반실재론, 비합리주의

 

기존의 윤리철학은 인지주의, 도덕 실재론, 합리주의와 같은 가정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도덕적 사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그래서 그것의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에이어는 이 같은 가정들을 부정합니다. 

비인지주의는 도덕적 진술, 즉 도덕문장은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대상이 아닌 감정의 표현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체가 느끼는 "감정"을 도덕문장의 핵심으로 보는 것이 바로 정의주의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에이어는 논리실증주의의 "검증주의 의미론"을 사용합니다. 

즉, 도덕문장은 논리실증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기에 참과 거짓을 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검증주의 의미론에서 어떠한 문장이 검증 가능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에 속해야 합니다.

첫째로, 분석적 진술일 때. 어떠한 개념의 정의가 동어반복이거나 개념 안에 포함되어 있을 경우를 의미합니다. 

두번째로, 경험적 진술일 때. 경험 또는 관찰, 혹은 실험으로 검증이 가능한 사실들을 말합니다.

하지만 도덕은 이 둘 모두에 속하지 않아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에이어는 설명합니다. 

 

따라서 도덕적 진리라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존재하지 않는 반실재 상태이고 합리적 논증이라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죠. 

인지주의, 도덕실재론, 합리주의의 반대되는 개념인 비인지주의, 도덕 반실재론, 비합리주의가 등장하는 시점입니다. 

 

 

 

3. 에이어에 대한 비판: 논리실증주의의 함정, 프레게 기치 문제

 

에이어는 그동안의 도덕에 대한 논의들을 많은 부분에서 무의미하게 만들었기에 혁신적이지만, 그만큼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첫번째 비판은 검증주의 의미론 그 자체에 대한 비판입니다.

"어떠한 문장이 검증 가능하려면 분석적이거나 경험적이어야 한다"는 문장 자체도 분석적이지도, 경험적이지도 않다는 비판입니다. 

에이어는 '언어, 논리, 진리' 2판에서 검증원리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정의주의를 논리실증주의와 분리해서 바라볼 것을 주장했습니다. 논리실증주의가 쇠퇴해도 정의주의는 남는다는 것이죠. 

 

두번째 비판은 영국의 철학자 '피터 기치'가 제시한 프레게-기치 문제입니다. 

프레게-기치 문제
프레게 -기치 문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삼단 논법입니다. 전건긍정식이라고도 합니다.

다만 전건긍정식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가 하나 있습니다. 

1번의 P와 2번의 P는 같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프레게-기치 문제에서는 이 P에 도덕문장을 기술합니다.

예를 들어, "살인은 나쁘다"라는 도덕문장을 조건문 안에 넣어봅시다. 

원래대로라면 이 도덕문장은 감정을 표현하나 1번인 가정문 안에서는 감정보다는 전제의 의미를 가집니다. 

감정을 표현한다고 보기는 어렵죠. 

 

단독으로 기술된 2번에서 사용된 맥락과 가정문의 일부인 1번에서 사용된 P의 맥락이 서로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이 두 명제는 서로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애매어의 오류, 다의성의 문제를 범하게 됩니다. 

이제 보편적으로 타당하다고 느껴졌던 이 전건긍정식이 타당하지 않아졌습니다. 

 

이 프레게-기취 문제는 정의주의가 옳다면 일반적으로 타당한 이 논변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정의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에이어는 사실은 그 논증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본인의 주장을 기반으로 더 좋은 설명을 내놓아야합니다. 

 

에이어는 후자를 택합니다. 

가정문에서도 정서적 반응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하죠. 

다른 정의주의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다면 블랙번을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제 추천이나 질문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에이어와 프레게-기치 문제


<참고문헌>
언어, 논리, 진리, 알프레드 J. 에이어
김학택. (2010). 선험적 지식에 대한 에이어의 분석. 범한철학, 59(4)
류지한. (2016). A. J. 에이어의 정의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 倫理硏究, 1(111)

전승태. (2017). 내용-효력 구분의 폐기와 프레게-기치 문제. 철학연구, 116

이우람. (2010). 의미이론과 메타윤리학, 철학논구, VOl.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