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어 읽어보기

[고전수필] <이문원노종기> 인간에 의지하는 자연의 모습

by domangbook 2024. 9. 21.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묶어서 출제되었던 세 문학작품 중 마지막, 유본예의 <이문원노종기>입니다. 

함께 수록되었던 백석 시인의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시 해설은 하단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현대시]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근원을 떠나온 한민족의 회한

 

이 수필을 쓴 작가, 유본예는 조선 후기 사람입니다. 

서얼의 후예로 정조 때 규장각에서 검서관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수필에도 그러한 모습이 드러나는 구절이 있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문원노종기>를 함께 읽으며 유본예가 얻은 깨달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필을 다 읽은 후에는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봅시다. 

 


 

1. <이문원노종기> - 유본예

이문원노종기 본문
이문원노종기 본문

 

<1문단>

=> 기둥으로 받쳐 놓은 이문원 동쪽에 있는 큰 늙은 나무

이문원은 창덕궁 내 규장각 지역에 있던 건물입니다. 

그곳의 동쪽에 오래된 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 가지가 파도처럼 길게 쭉 뻗어있습니다. 

이 지문의 주인공인 늙은 나무, 노종(늙은 전나무)는 열두 개의 기둥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2문단>

=> 가끔 나무 곁을 산책하는 '나'

수필의 작가인 유본예는 규장각에서 일을 하는 검서관이라고 했습니다. 

1문단과 2문단에서 그의 근무지를 알 수 있습니다. 

숙직이라니, 일의 강도가 셌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작가는 어느 날 나무 곁을 산책하다가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합니다. 

 

<3문단>

=> 제각기 생존 방법이 있는 생물들

과학 시간에 진화에 대해 배웠었던 것을 떠올려봅시다.  

생물들은 번식하고 생존하기 위해 각자의 생존전략을 개발해냈습니다. 

북극 여우는 털이 길고, 사막 여우는 털이 짧은 것처럼, 배나 귤은 가지가 발달해있고 강아지풀을 땅바닥에 붙어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4문단>

=> 줄기의 길이가 몸통보다 훨씬 긴 노종

하지만 이 오래된 전나무는 혼자 살아남기 힘들어보입니다. 

제 몸통의 길이보다 훨씬 길게 뻗은 줄기는 원래대로라면 뚝 하고 부러지기 마련이죠. 

나무가 살아있는 것이 사람이 기둥을 덧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5문단>

=> 암소와 같이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나무

그러다 비슷한 예시가 떠오릅니다. 

암소도 뿔이 너무 구부러져 광대를 찌를 위험이 있으면 사람이 톱으로 그 뿔을 잘라냈습니다. 

암소든, 나무든 인간이 개입하여 그들을 더 온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6문단>

=> 자연 상태에서는 번성하지 못했을 나무

그렇기에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 상태, 저 험한 골짜기 속에서는 이러한 나무를 본 적이 없습니다.

받쳐줄 기둥이 없으면 나무가 이토록 기다란 가지를 유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니까요. 

 

 

 

2. 수필 <이문원노종기> 해석: 인간에 의지하는 자연의 모습?

 

수필에는 나무, 그리고 나무를 지탱하는 기둥이 나옵니다. 

이들은 각각 자연인간을 상징하고 있죠. 

 

그 중에서도 인간이 아니면 홀로 살아가기 어려운 자연물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너무 구부러진 암소의 뿔, 가지가 기다란 늙은 나무, 그리고 가축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들을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인간의 개입입니다. 

기둥을 세우고, 톱으로 자르고, 가축을 사육합니다

 

인간 의지 자연
인간에 의지하는 자연

 

 

그래서 작가는 이것을 인간에게 의지하는 자연의 모습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이르러 조금의 의구심이 생깁니다.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면?

 

너무 구부러져 광대를 침범하는 암소는 생명을 잃었겠지만 그 때문에 암소가 멸종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늙은 나무는 기둥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기다란 가지를 뻗지는 않았겠죠. 

기다란 가지는 부러지고 적당한 길이의 가지만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가축화되지 않은 야생의 동물들은 제 나름의 삶의 방식을 찾아냈을테지요. 

 

자연이 인간에 의지한다는 말은 자연에게 너무 억울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자연은 인간과 관계없이 살아가지만, 인간에게 영향을 받은 일부가 피치 못하게 그렇게 변화한 것이죠. 

그 변화는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인간을 위한 변화입니다. 

인간이 보기에 더 멋진 나무를 만들고 인간이 언제든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소를 가축화하는 그런 변화 말입니다. 

 

따라서 이 둘의 관계는 하나가 어느 하나에 의지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변화하는 관계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 이득은 아직까지는 조금 인간쪽에 치우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문원노종기 유본예 뜻
이문원노종기 유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