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어 읽어보기

[2012 수능]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언어관, 그림 이론

by domangbook 2024. 10. 15.

12년도 수능에는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 지문이 출제되었습니다. 

지문의 내용은 물론이고 ['논리 철학 논고'를 이해한 사람은 거기에 나오는 내용을 버려야 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가져온 20번 <보기> 문제도 상당히 흥미롭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논고'로 대표되는 전기철학과 '탐구'로 대표되는 후기철학으로 나뉩니다. 

12년도 수능에 출제되었던 '그림이론'은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철학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논리 철학 논고'에 실려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후기철학이 전기철학과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는 것도 아주 흥미롭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12년도 수능의 "비트겐슈타인 그림이론" 지문에 인용된 내용을 살펴보고 논고에 나타난 언어와 관련된 비트겐슈타인 전기철학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봅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철학과 후기철학을 아주 아주 간단하게 언급하며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그렇듯, 넓고 얕은 지식들에 대해 탐구해봅시다. 


* 본 포스팅은 2012 수능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 지문에 나온 내용을 다룹니다. 

* 하지만 지문분석은 아니니 해당 내용에 관심이 있었던 학생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이후 인문지문을 읽을 때에 조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1.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 개론

 

지문에서는 '그림 이론'을 설명할 때 언어는 세상에 대한 그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 때 한가지 비유를 사용하는데, 바로 실제 자동차자동차 모형에 대한 비유입니다. 

사고를 설명할 때 실제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의 모형을 사용하듯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여 세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동차 모형이 가리키는 특정 자동차가 있는 것처럼 언어세상에 존재하는 특정한 대상이나 사태를 지칭합니다. 

 

비트겐슈타인 그림이론
비트겐슈타인 언어와 세상

 

 

따라서 이 언어라는 그림이자 명제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세상이라는 사태가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어야 합니다. 실존하고, 또 경험이 가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철학은 경험이 불가한 형이상학적 주제들에 대해 다루어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학도 그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가깝죠.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이론'은 언어란 경험가능한 사태에 대한 그림이므로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언어적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바로 여기서 기인합니다.  

 

 

 

2. 비트겐슈타인의 <논고>와 형이상학

 

이제 대략적으로 그림이론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그의 전기를 대표하는 저서 <논고>에서 정확히 어떤 논의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봅시다. 

 

"1.1.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

"4.01. 명제는 현실의 그림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현실, 즉 세계의 그림으로서의 명제일 때만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습니다. 

언어가 곧 사실의 총체인 세계가 될 수는 없지만 그 사실을 모방하는 그림이 될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언어는 세계를 기술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참과 거짓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밝혀집니다. 

 

언어와 세상이 이루고 있는 관계를 올스톤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지시론(referential theory)", "관념론(ideational theory)", 그리고 "행동론(behavioral theory)"이죠.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관은 지시론적 언어관과 가깝습니다. 

지시론적 언어관은 언어가 해당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과 동일하다는 이론입니다.

언어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이 존재할 때 언어는 그 존재를 가리킴으로서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기호' 혹은 '상징'인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 사태 명제
비트겐슈타인 사태와 요소명제

 

 

<논고>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의미를 세계, 즉 언어라는 그림이 지시하는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 때 언어는 지시하는 대상이 실존해야 할 뿐 아니라 그 대상 간의 관계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위의 지문에서 언어가 나타내는 대상은 '사태'라고 했었죠. 

사태는 '대상'들로 구성되고, 또 사실을 이룹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세상에서 더 이상 분석될 수 없는 최소단위는 대상이지만 세계의 궁극적인 구성원은 사태입니다. 

그리고 사태를 지시하고 있는 언어가 '요소명제'입니다. 

 

"3.221 대상들은 명명될 수 있을 뿐이다. 기호들이 그것들을 대표한다. 

명제는 사물이 어떻게 있는가를 말할 수 있을 뿐, 사물이 무엇인가는 말할 수 없다."

 

대상을 지칭하는 낱말, 혹은 이름명제의 차이점은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제와 요소명제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요소명제, 다른 말로 요소문장은 세상을 그리는 많은 명제들을 설명할 수 있는 집합의 원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요소명제의 참 거짓이 다른 어떤 명제의 참 거짓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진리함수적으로 독립적인 명제인 것이죠. 

 

<논고>의 언어론과 형이상학의 관계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작성자도 20번 <보기>에 나왔던 바로 그 부분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6.54. 즉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만일 그가 나의 명제들을 통해 - 나의 명제들을 딛고서 - 나의 명제들을 넘어 올라간다면, 그는 결국 나의 명제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한다. (그는 말하자면 사다리를 딛고 올라간 후에는 그 사다리를 던져 버려야 한다.)

 

열심히 논리를 전개한 후 주어지는 이 문장을 보며 독자들은 벙찌게 됩니다. 

말로서 표현할 수 없지만 무언가 형이상학적 의미가 있다는 전통적 해석과 이러한 논의들 자체가 무의미한다는 반-형이상학적 주장, 즉 새로운(치유적) 해석이 대표적인 해석입니다. 

이 부분의 해석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지면이 필요할 것 같네요. 

 

 

3. 전기와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구별점

 

비트겐슈타인의 전기철학과 후기철학은 언어의 의미를 규정하려는 목표는 같지만 조금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간단하게만 다루어보도록 합시다

나중에 언젠가 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언어관도 출제 되지 않을까요? 

 

위에서 살펴본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언어관은 '그림 이론'으로 대표되며 지시적이고 명료합니다. 하지만 후기 언어관은 '언어게임'으로 대표되며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와 결합되어 복잡하고 모호해집니다.

후기의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특정 사물에 대응하는 좁은 의미의 도구로 한정하여 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언어란 '언어게임'을 통해 각 언어공동체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협의의 대상이 되었죠. 

 

따라서 전기 비트겐슈타인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관을 대조적이라고 보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이건 한 가지 해석일 뿐 두 언어관은 유사하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흥미가 생기셨다면 아래 참고문헌에서 더 알아보시기를 바립니다. 


<참고문헌>

  • 강진호. (2009). 전기 비트겐슈타인, 논리, 형이상학. 철학적분석,(20), 85-117
  • 강진호. (2009). 그림이론?. 철학적분석,(19), 1-41.
  • 임윤정 (2012). 지시 이론에 관한 고찰 -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언어관을 지시 이론 (theory of reference)이라 할 수 있는가? -. 동서철학연구, 63, 127 - 151.
  • 변영진. (2013).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논리와 형이상학. 논리연구, 16(3), 309-348.  
  • 박병철, 와/과Byong Chul Park. “전기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와 형이상학”. 논리연구 13.1 (2010): 83–100. Web.
  • 다르마키르티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비교연구 - 아포하 이론과 언어게임 이론을 중심으로, 권서용,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비트겐슈타인 그림이론
비트겐슈타인 그림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