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모의고사가 끝났습니다. 어느덧 다음달이 수능이네요.
이번 10월 국어 모의고사 중 문학은 특별히 문제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처음 보는 시들이 출제되었습니다.
본 적 없던 새로운 시라니, 설레지 않나요?
오늘 포스팅은 김수영 시인의 시 <달나라의 장난> 해설입니다.
김수영 시인 같은 경우에는은 올해 수능특강에 수록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가 수록되어 작가 연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다른 시인 <나비의 무덤> 해설은 이전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
<달나라의 장난>을 함께 읽어보고 시인은 왜 팽이를 보고 눈물 흘렸는지 그럼에도 울어서는 안되는 공통된 그 무엇의 의미는 무엇일지 생각해봅시다.
1. <달나라의 장난> - 김수영
<1연>
=> 나의 앞에서 팽이를 돌리는 아이
시상을 촉발하는 현재 상황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내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리고 있죠.
이 '팽이가 돈다.'라는 구절은 이 시에서 계속 반복되며 의미가 강조됩니다.
<2연>
=>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고 팽이를 보는 나의 모습
상황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주어지고 있네요.
나는 지금 다른 집에 손님으로 찾아왔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신기해하고 모든 아이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는 돌아가는 팽이를 하명없이 보고 있습니다.
<3연>
=> 녹록치 않은 나의 삶
나의 삶은 고단합니다.
나이도 들었고, 도시에서 이곳저곳 쫓겨다니며 힘든 삶아가고 있죠.
그럼에도 나는 진실되게 팽이를 관찰합니다.
화자의 힘겨운 상황과 그럼에도 지치지 않은 영혼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4연 & 5연>
=> 돌면서 서있는 팽이
4연에서는 나의 생활이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여유가 없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유가 있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은 화자에게 마치 별세계 같습니다.
별세계같다는 표현은 팽이가 돌아가는 모습에도 해당합니다.
서서 돌아가는 팽이는 갖가지 색들이 빠르게 섞여 검은색으로 보이니까요.
<6연>
=> 달나라의 장난같은 팽이
화자는 이어 팽이의 돌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기술합니다.
끈을 매어 던지고 빙글빙글 회색빛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마치 달나라의 장난같다고 하죠.
달나라의 장난같기도 별세계같기도 한 팽이는 화자의 시선을 잡아끕니다.
<7연>
=> 나를 울리는 팽이
그리고 급기야, 팽이는 나를 울립니다.
팽이의 어떤 점이 화자를 그리도 서럽게 하였을까요?
화자는 벽화 앞에 서 있는 주인의 앞에서 눈물을 흘릴 뻔 합니다.
하지만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그래서는 안될' 사람이기 때문이죠.
<8연>
=> 나를 비웃는 팽이
나는 스스로를 고치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사명을 잊은 채 방심하며 그저 현실 앞에 울고 있을 뿐이죠.
팽이는 그런 나의 모습을 비웃습니다.
팽이는 같은 '돈다'는 속성을 가진 비행기 프로펠러보다 무용합니다.
하지만 약한 것을 사랑하고, 또 삶을 사랑한는 화자에게 팽이는 수천 년 전의 성인과도 같죠.
<9연>
=> 서러워도 울지 않을 것을 다짐
화자는 울어서는 안되는 사람입니다.
그 이유가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죠.
바로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해서, 그리고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해서입니다.
팽이는 바로 그 무엇을 화자에게 일깨워주며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2. 시 '달나라의 장난' 해석: 스스로 도는 팽이처럼 다시 사명을 찾아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달나라의 장난>의 위 구절의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올해 10월 모의고사가 채택한 방향을 중심으로 해석해보도록 합시다.
교육청에서 위 구절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팽이를 주체적 삶의 모습, 그리고 현재까지 화자의 삶을 주체성이 결여된 삶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초반부 화자의 삶을 생각해봅시다.
쫓겨다니고, 나이의 무게에 짓눌리고, 그 누구보다도 여유가 없습니다.
무언가에 눌리고 쫓기는 수동적인 삶입니다.
그러다 화자는 집주인과 대화하던 중 문득 아이가 돌리고 있는 팽이를 봅니다.
팽이는 혼자서도 빙글빙글 잘 돕니다.
그 오묘한 회색빛은 우주를 생각나게 하고 어느 달나라에서 하는 장난같기도 합니다.
팽이가 도는 모습은 수천년 전의 성인과 같이 화자에게 감정들을 불어일으킵니다.
팽이는 이처럼 화자를 비웃기도 하고, 울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팽이가 화자보다 우위에 있음은 확실해 보이죠.
팽이에게는 있고, 화자에게는 없는 바로 그 특성.
그것은 바로 스스로 도는 힘입니다.
스스로 도는 힘이 의미하는 것은 주체성입니다.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힘 말이죠.
화자에게는 자신을 고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고된 현실에 눌려 화자는 잠시 이를 망각하고 '방심'하고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쓸모가 있는 프로펠러가 의미가 있는 팽이보다 가깝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괴리에 서러워질 지언정 울어서는 안됩니다.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여기서 '공통된 그 무엇'을 같은 형식으로 나타난 '스스로 도는 힘'이라고 해석하겠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화자가 울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화자와 팽이가 공통으로 가지게 될 주체성을 위해서입니다.
깨달았다면 서러워하며 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사명을 가진 사람의 주체성이니까요.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궁금한 점이나 의견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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