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도 수능완성의 실전 모의고사에 최승호 시인의 <북어> 시가 출제되었습니다.
오규원 시인의 <물증>이라는 시와 함께 수록되었죠.
이 시도 참 독특한 전개를 가지고 있는데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시 최승호 시인의 시 <북어> 해설입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섬뜩함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1. 북어 - 최승호
- 주제: 현대인의 무기력하고 획일화된 모습에 대한 비판
<1연>
=> 공간적, 시간적 배경 제시
=> 부정적인 현실의 상황
시의 배경은 어두운 밤의 식료품 가게.
그곳에 북어들이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죽은 상태에서도 기다리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 제시되고 있죠.
<2연>
=> 획일화되어 놓여있는 여러마리의 북어들
=> 생명력을 잃은 현대인들
북어들은 나란히 오와 열을 맞추어 놓여있습니다. 북어의 머리에 꽂혀있는 꼬챙이는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시에서 북어는 곧 현대인들입니다.
현대인들이 죽었다는 말은 아닐 것이고, 생명력을 잃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3연>
=> 혀가 굳은 북어
=>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다시 북어와 현대인들이 병렬적으로 놓여있습니다.
죽고 말라서 딱딱해진 북어의 혀와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
살아있음에도 죽은 북어처럼 말을 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마치 죽은 사람과 같습니다.
2연의 생명력 없음과 이어지고 있는 '무덤 속 벙어리'는 그런 의미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4연>
=>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
=> 경직된 북어의 모습
=> 주체성을 잃은 사람들 (추상적 대상의 시각화)
=> 사람은 지느러미가 싱싱함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을 잃음
북어는 말라있습니다. 그래서 눈도 말라있고, 지느러미도 빳빳하죠.
죽어버린 북어는 더 이상 헤엄칠 수도 볼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것은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현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직된 사고를 가진 현대인들은 더 이상 그들의 목표를 향해 헤엄칠 수가 없습니다.
<5연>
=> 화자도 다르지 않은 모습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하는 화자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을 북어들이 섬뜩하게 일깨워주네요.
<단어 뜻>
*쾌: 북어 스무 마리를 묶어 세는 단위
2. 시 '북어' 해석: 군사독재정권 하 현대인의 모습
최승호 시인은 현실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시를 많이 쓴 시인입니다.
<대설주의보>나 <세속도시의 즐거움>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1980년도에 쓰여진 시 <북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겠습니다.
당시 1980년 9월 1일 전두환이 대한민국 제 11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1993년도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전까지 군사정권은 지속되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암울한 배경 속 현대인들의 모습을 북어의 모습에 빗대어 드러냅니다.
북어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일 개 분대로 꼬챙이에 꿰어져 있고, 혀는 자갈처럼 딱딱하게 말라있으며, 눈은 말라붙고 짜부라져있습니다.
지느러미도 빳빳하게 굳어있는 상태죠.
즉 군대의 병사들처럼 획일화된 삶, 그리고 자갈처럼 딱딱하고 말라붙은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빳빳한 지느러미는 바다 속 물고기들과 다르게 북어를 그 어디에도 데려다주지 못하겠죠.
북어의 모습과 교차되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말의 변비증을 앓고 있는 무덤 속의 벙어리, 그리고 막대기 같은 생각을 가지고 헤엄쳐 갈 데조차 없습니다.
이 둘은 같은 대상을 서술하고 있기에 비슷한 특성을 지닙니다.
어찌보면 현대인이 더 심하죠.
현대인들은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있음에도 헤엄쳐 갈 데가 없어 헤엄을 치지 못하는 상태이니까요.
북어와 달리 헤엄을 칠 수는 있지만 방향성을 잃은 상태입니다.
'북어'에는 재미있는 표현이 하나 나옵니다.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
말의 변비증이라.
지느러미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인들은 혀가 자갈처럼 딱딱해서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혀는 잃지 않았으나 필요한 말을 하는 법을 잃은 것이죠.
시대의 배경과 연관지어 보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합니다.
비판 의식을 잃어버려 문제점마저 알 지 못하거나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죠.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지적해야 하는데 모두가 말의 변비증에 걸려버린 것입니다.
획일적, 비판의 결여, 경직된 사고, 방향성을 잃은 삶
우리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어느날 갑자기 건어물 시장의 북어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라고 말을 걸어오지는 않을지, 자기 반성을 하게 되는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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