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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오규원 <물증> 해석

by domangbook 2024. 8. 8.

올해 수능완성에 오규원 시인의 <물증>이 수록되었습니다. 

함께 수록된 최승호 시인의 <북어> 해석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두 시가 묶여 나올 때는 왜 묶여나왔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 <북어>와 <물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 점을 고민하며 시를 읽어주세요. 


 

1. 물증 - 오규원

 

  • 주제: 현대인들의 정체된 모습에 대한 비판

프로톱테루스 에티오피쿠스

 

<1연>

=> 폐어의 학명

화자는 폐어의 학명 '프로톱테루스 에티오피쿠스'로 시를 시작합니다. 독특한 시작입니다. 

시의 소재를 소개한 셈이죠. 

 

<2연>

=> 진화하지 않는 폐어

=> 폐와 아가미를 둘 다 사용하는 어류인 폐어 (의도적 행 배열)

=> 우리나라 수족관에 등장한 폐어

폐어는 폐를 가진 어류임에도 오랜 시간동안 양서류로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즉, 이전의 상태에 정체되어 있는 셈이죠. 지느러미도 네 발로 진화하지 않았고 아가미와 폐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온 폐어를 화자가 수족관에서 마주하면서 생각이 시작된 것입니다. 

 

<3연>

=> 폐어와 비슷한 우리, 현대인 (돈호법, 영탄법)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폐어와 우리를 동일시합니다. 

폐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진화하지 않고, 폐어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을 견디는 우리는 썩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이죠. 

 

 

2. 시 '물증' 해석: 수족관 속 폐어를 보며 떠올린 현대인의 수동성

 

프로톱테루스 에티오피쿠스. 

갑자기 학명으로 시작하는 이 시의 초반 부분은 과학 수업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폐어의 특성이 나열되기 때문이죠. 

 

폐어3억만년 동안 양서류로 진화하지 않고 고생대 말기부터 오늘까지 살아왔으며 뻘 속에서 4년쯤 너끈히 살아 견디는 생명체입니다. 

화자가 폐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느다란 지느러미를 '질질' 끈다는 묘사에서 혹시 화자의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시나요?

여기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봅시다. 

 

물증 폐어 상징
시 물증 의미

 

 

화자는 어느날 우리나라의 수족관에 등장한 폐어를 보고 사유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화자를 포함한 '우리', 즉 현대인들입니다. 

폐어현대인은 많은 방면에서 닮아있다고 화자는 말합니다. 

 

폐어가 진화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30억만년 쯤 진화하지 않을 것이고,

폐어가 뻘 속에서 견딘 것처럼 우리수십 년쯤 뻘 속에서 견디고 있으니까요. 

자, 그럼 화자가 폐어를 보는 시선과 현대인을 보는 시선은 틀림없이 닮아있습니다. 

이 감정은 부정인가요? 긍정인가요?

 

깨끗하게 썩지도 못하겠구나. 

 

지금까지 갈팡질팡했더라도 위 문구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확실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말이죠.

깨끗하게 썩지도 못하는, 말하자면 재활용도 안되는 쓰레기. 

오규원 시인은 현대인의 어떤 점을 그리도 부정적으로 보았는지 한 번 살펴봅시다. 

 

두 대상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진화하지 않는다는 점뻘 속에서 견디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뻘의 의미는 부정적인 현실입니다.

 

폐어가 폐를 가지고 있지만 진화하지 않은채 그저 뻘 속에서 견디고 있었던 것처럼

현대인들도 발전하지 않은채 그저 부정적인 현실을 견디고만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견딘다는 표현은 인내심을 드러내며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 시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죠. 

부정적인 현실을 마냥 견디는 것은 수동적인 행위이며, 적극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물증이 바로 수족관 속의 폐어인 것입니다. 

 

 

 

3. <북어>와 <물증>의 공통점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두 시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형식상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북어>는 북어를 보며 시상을 떠올리고, <물증>은 폐어를 보며 시상을 떠올리죠. 그리고 두 시 모두 대상의 구체적인 특성을 다른 대상의 특성과 연결짓습니다.

 

내용상의 공통점도 있습니다. 다른 대상이 <북어>와 <물증> 모두 현대인이라는 점이죠. 이를 통해 두 시인은 현대인의 무비판적인 태도와 수동적인 태도를 비판하고자 했습니다. 

 


물증 오규원 해석
물증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