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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복잡한 이념 싸움 속의 순수

by domangbook 2024. 8. 31.

오늘 다룰 시는 제목이 상당히 장엄하죠. 

2021년도 수능완성에 수록되었던 최승호 시인의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라는 시입니다. 

박두진 시인의 '가을 나무'와 함께 수록되었던 시입니다. 

 

북가시나무는 참나무과의 나무로 목재의 빛깔이 붉은 '붉'가시나무를 이르는 말입니다. 

높게 솟은 나무와 영혼이 시인의 의지를 강학게 나타내는 듯하네요. 

 

함께 읽어보고, 복잡한 현실에 대항하는 영혼에 대한 해석을 부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 최승호

 

  • 주제: 부정적 이념들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도 순수한 영혼을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

 

북가시나무 시 붉가시나무
북가시나무 붉가시나무

 

<1연>

영혼 속 북가시나무의 외로운 상황과 엿장수들이 가위질하는 북가시나무

'무슨 무슨 주의'의 엿장수들은 각자의 이념을 잣대로 북가시나무를 가위질하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찾아와야 하는 새들은 찾아오지 않고 엿장들의 가위만 찾아오고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죠. 

 

<2연>

흠집투성이의 몸통만 남아있는 영혼의 북가시나무

부정적인 상황에 놓여있는 북가시나무는 엿장수의 가위로 인해 가시도 잎도 모두 잘려나갔습니다. 

본래의 존재가 훼손되고 나무의 몸뚱아리만 남아있습니다. 

 

<3연>

의무가 없는 허공과 허공에서 평화로운 밤을 보내는 북가시나무

허공은 긍정적 의미의 시어입니다. 그에 반해 의무는 부정적 의미를 갖죠. 

무슨 무슨 주의의 엿장수들이, 혹은 시대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 의무들이 없는 평화로운 공간입니다.

신목은 현실에는 없는 나무입니다. 허공에서만 만날 수 있는 존재이죠. 

밤은 꿈의 시간입니다.

북가시나무는 이 이상적인 존재의 향기를 맡으며 꿈 속에서 평화를 찾습니다.

 

<4연>

현실로 돌아온 북가시나무과  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로 고통받으며 슬퍼하는 영혼

나무에게 국도변은 좋지 않은 환경입니다. 메연이 무성하죠. 

꿈에서 깨면 여전히 안좋은 현실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도 현실을 상징하는 시어입니다. 

각자의 이념을 주장하기 위해 나무의 각종 플래카드를 매달며 나무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죠. 

북가시나무가 원하는 이상향과는 거리가 있는 현실에 영혼이 울고 있습니다. 

아직은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현실에 슬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5연>

봄이 되며 더 매서워진 현실과 암담한 현실에 저항하는 북가시나무

봄은 일반적으로 나무가 자라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봄이 되자 낫도 톱니들도 더 시퍼렇게 빛납니다.

현실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은 나아지지 않지만 북가시나무는 이제 반역을 시작합니다. 

비록 가시도 잎도 떨어지고 상처많은 몸통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살벌한 몸통으로 맞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6연>

언젠가 평화의 시를 쓰겠다는 다짐

그 저항의 방법은 시입니다. 톱니와 낫 앞에 잘려나갔던 잎사귀와 열매를 담은 시입니다. 

폭력적인 갈등 앞에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도 평화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화자의 다짐을 볼 수 있습니다. 

 

 

2. 시 '북가시나무' 해석: 복잡한 이념 싸움 속 순수

 

영혼의 북가시나무는 화자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이 시에서 북가시나무가 하는 행동은 곧 화자가 하는 행동이죠.

 

북가시나무의 이미지는 어떠한가요?

우뚝 서있는 단단한 이미지입니다. 시의 초반부 북가시나무는 무력하게 현실 앞에 당하고 있습니다.

꿈을 꾸고 그 꿈에서 깨어 슬퍼하죠.

하지만 이윽고 현실에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즉, 화자의 저항적 태도가 북가시나무의 반역하는 모습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해석
내 영혼의 북가시나무, 무슨무슨 주의의 엿장수

 

 

그렇다면 화자는 무엇에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요?

시어들을 살펴봅시다. 

 

북가시나무를 탄압하는 현실무슨 무슨 주의의 엿장수들, 깃발, 플래카드, 낫, 톱니입니다. 

낫과 톱니는 나무라는 특성으로 반대되는 시어들을 배치한 것이라면 깃발이나 플래카드는 의미가 담겨있죠. 

각자의 이념으로 싸우고 급기야는 상관없는 나무에까지 그 피해를 입히는 사회.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사회를 말하고 있습니다. 

 

북가시나무가 추구하는 바허공, 밤, 신목, 그리고 입니다. 

시어들만 봐도 고요하고 평화롭죠. 

시인은 이 폭력적인 현실 앞에 마찬가지로 폭력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습니다. 

북가시나무는 그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언젠가는 평화를 노래하는 시를 쓸 것이라고 담담하고 굳건하게 말할 뿐입니다. 

 


최승호 북가시나무
최승호 북가시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