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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날개 또는 수갑> 전체주의에 저항하거나 순응하거나

by domangbook 2024. 9. 14.

이번 9월 모의고사에는 수능특강과 연계되었던 지문이 총 세 지문이 있었습니다. 
현대 시 '북방에서 - 정현웅에게', 고전시가  '호아곡', 그리고 현대소설인  '날개 또는 수갑' 세 가지였죠. 
현대 시는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었고, 오늘은 소설 '날개 또는 수갑'을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윤홍길 작가의 '날개 또는 수갑'은 2025 수능특강에도 수록되었던 지문이며 연작 소설집에 실려있던 소설입니다. 
같은 소설집에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도 실려 있죠. 
제목이 아주 커다란 힌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제목부터 내용까지 함께 살펴봅시다. 


 

1. <날개 또는 수갑> - 윤홍길 내용

동림산업은 어느 날 전사원에게 회사 단체 제복을 입으라고 고지한다. 
이에 사원들은 반발하고 회사는 준비 위원회를 열어 제복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다. 하지만 준비 위원회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고, 직원 대표로 참여한 장상태는 자신의 의견을 잘 내지 못한다. 결국 회의에서는 반대의견이 묵살된 채로 기획실장의 주장이 그대로 통과된다. 
한편, 여공의 잘린 팔을 보상받기 위해 투쟁하던 권 씨는 제복 문제로 다방에서 회의를 하는 사원들(장상태, 민도식, 우기환)을 보며 이를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하며 비웃는다. 
시간은 지나 우기환과 민도식은 사장실에서 사장과 면담을 한다. 사장은 제복을 입지 않는다면 해고할 것을 암시하며, 셋의 대화는 항의를 하러 들어온 권 씨에 의해 중단된다. 제복에 끝까지 반대하던 우기환은 결국 회사를 떠난다.
그리고 창업 기념일. 제복 도입 반대에 앞장섰던 민도식은 여전히 제복을 입지 않은 채 지각을 하지만, 전 직원이 제복을 입은 채 도열한 모습을 보며 가만히 서있는다.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의 어느 회사입니다. 
회사의 이름은 동림산업. 이 곳에는 블루칼라 노동자인 생산직과 화이트칼라 노동자인 사무직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설 내에서 저마다의 갈등을 겪고 있죠. 
 
권 씨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 팔이 잘린 동료를 위해 투쟁하고 있고, 우기환과 민도식은 제복을 입지 않기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서로 다른 결말을 맞이합니다. 
 
 

2. <날개 또는 수갑> 인물 상징: 전체주의에 저항하거나 순응하거나

 
각기 다른 결말을 맞이 한 세 사람, 장상태, 민도식, 그리고 우기환을 살펴봅시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세 사람 모두 새롭게 도입된 제복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이후의 결정은 나뉘죠.

장상태는 결국 제복을 입기로 합니다. 거대한 질서에 순응하기로 합니다. 아마 다수의 사람들의 입장이 이러할 것입니다. 대중의 소시민적 면모를 나타내고 있는 인물입니다.

장상태 민도식 우기환

민도식은 이번 모의고사에 나온 보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중도적 주인공"인 셈입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논리를 따를 지 결정하지 못해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는 인물. 
안 좋게 말하면 박쥐이고, 좋게 포장하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지식인입니다.
집단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소극적인 지식인 계층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기환은 가장 적극적인 인물입니다. 행동하고 끝까지 저항하나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결말을 맞이하죠.
반대의견을 묵살하는 사회를 부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제 다른쪽 인물도 볼까요?
바로 생산쪽 인력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한 권 씨입니다.
 
앞서 이 소설이 연작 소설집에 실려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권 씨'는 같은 소설집에 실려있는 다른 소설에도 나오는 등장인물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가 있겠죠. <날개 또는 수갑>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이후의 시간선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에 앞장섰던 권씨가 다른 소설에서는 어떻게 그려지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도 언젠가 포스팅해보죠. 
 

3. 소설 <날개 또는 수갑> 결말 및 제목 해석

 

날개 또는 수갑 제복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죠. 
<날개 혹은 수갑>이라는 제목은 동림산업의 제복을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사장을 비롯한 권력자들에게는 제복이 긍정적인 날개의 의미로 해석되지만 직원들에게는 제복이 그들의 억제하는 또 다른 수단, 즉 수갑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옷이지만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갈등이 촉발되는 것이죠. 
 
이 옷은 단순한 옷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 소설의 저자인 윤홍길 작가는 197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로, 당시에는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있던 시기입니다. 
국가의 이익 앞에 국민들의 자유나 권리는 사소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무시되곤 했습니다.

효율성도 좋고, 돈도 반 내준다는데 직원들이 "날개"인 옷을 반대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장과 같죠.
하지만 개개인들에게 그 옷은, 획일화된 규칙은 "수갑"일 뿐입니다.

결말부에서 소극적으로 저항하나 결국 창업기념일에 출근한 민도식은 숨이 턱 막혀 오며 모두가 자신을 거부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내보내고, 마지막 남은 비판적 시각마저 차갑게 외면하는 사회는 그 얼마니 효율적이든 건강하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날개 또는 수갑 윤홍길
날개 또는 수갑 윤홍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