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양반전, 열하일기로 익숙한 연암 박지원 선생.
영조와 정조시절 다양한 산문을 집필했던 그의 글은 연암의 글을 모은 연암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연암집에 실린 글 들 중 오묘한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는 불이당기를 해석합니다.
1. 불이당기의 구조: 액자식 구성
불이당기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독특한 액자식 구조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잠시 정신을 놓으면 이게 지금 누가 어느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쉽상이죠.
이야기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기 전에 각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부터 파악해봅시다.
먼저 이야기가 시작되는 외부 액자에는 사함과 '나', 박지원이 등장합니다.
사함은 대나무가 없는 거처에 '불이'라는 이름을 짓고 박지원은 그 모순을 지적하며 다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서 '불이'의 뜻은 대나무처럼 변치 않는 지조를 의미합니다.
대나무의 뜻을 이은 거처에 대나무가 없다니 재밌는 일이죠.
다음 내부 액자 I에는 박지원과 학사가 등장합니다.
이 학사는 매화와 꼭 닮은 심동현의 그림을 비웃습니다.
박지원은 왜 비웃냐고 묻죠. 그러자 이 학사는 또 그 다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다음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이 학사와 원령입니다.
여기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나'가 의미하는 사람이 박지원에서 이학사로 바뀌기 때문이죠.
두 단계를 거쳐 드러나는 마지막 이야기에서 박지원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밝혀집니다.
이제부터 본문을 조금 읽어봅시다.
2. 학사의 이야기: 설부와 몰골도의 의미
<1문단>
=> 잣나무를 그려달라는 학사의 말에 '설부'라는 글씨를 보낸 원령(이인상)
학사는 이인상에게 잣나무를 그려달라고 했으나 이원령은 '설부'라는 글씨만 써서 보냅니다.
그러고는 그림을 이미 보냈다고 말하죠.
<2문단>
=> 원령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사(나)
하지만 학사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실제로도, 그림은 오지 않았으니까요.
<3문단>
=> '설부'라는 글씨 속에서 잣나무를 찾아보라는 원령
그러자 이원령은 작은 힌트를 줍니다. 잣나무는 눈이라는 글씨 속에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학사는 이원령의 뜻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4문단>
=> 충언을 하여 귀양을 가는 학사의 자세를 칭찬하는 원령
그러다 학사는 귀양을 가게 됩니다.
귀양을 가는 길, 이원령은 학사 또한 잣나무를 잘 그린다며 칭찬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이원령에게 잣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그 속에 들어있는 가치였기 때문입니다.
<5문단>
=> 이조의 벼슬아치들이 베껴 그린 그림의 기운을 칭찬하는/비꼬는 원령
그리고는 남아있는 벼슬아치들의 그림을 품평하죠. 아주 성대하다고 추켜세웁니다.
하지만 이 칭찬은 진정한 칭찬이 아닙니다. 충언을 한 신하를 귀양 보내는 이 시점에 조정에 남아있는 신하들이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겠죠.
겉모습을 똑닮게, 아니 오히려 겉으로 보면 더 아름다움 그림이 정말 좋은 그림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6문단>
=> 좋은 그림은 꼭 닮은 그림이 아님을 깨달은 학사
=> 학사의 말뜻을 이해한 박지원(나)
이러한 일을 겪은 학사는 마침내 원령의 뜻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 일화를 들은 나, 박지원도 좋은 그림은 꼭 닮은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3. 불이당기의 주제: 형태와 마음의 대비
원령은 왜 달라는 그림은 안 주고 설부라는 글씨만 쓰고 보냈으며, 몰골도는 무슨 의미일까요?
저희는 이 학사가 앞서 매화를 꼭 닮은 그림을 저평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의 계기가 된 일화가 바로 원령과의 일화죠.
겉모습이 아닌 본질을 보는 것이 훌륭한 그림이라는 깨달음 말입니다.
학사도 처음에는 이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유배길에서 위 사진같이 눈 속에 파묻혀 있는 나무를 보고, 그리고 원령의 편지를 보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몰골도'의 의미도 동일합니다.
형체가 없는 그림.
겉의 형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중요한 것이기에 형체없는 그림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게 됩니다.
자 이제 다시 처음의 대나무 이야기로 돌아와봅시다.
그러니까 박지원이 '불이'당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대나무가 없음을 조롱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대나무가 없어도 마음 속에 그 지조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오히려 마당에 대나무만 있는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형태와 마음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정리해봅시다.
여러 겹의 이야기를 쌓고, 비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부드럽게 표현한 불이당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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