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도 수능특강에는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가 수록되었습니다.
이 시에서 영감을 얻은 박찬옥 감독의 동명의 영화도 있죠.
기형도 시인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입 속의 검은 잎' 시집도 소장 중이고 '안개'와 '빈집'이라는 시를 특히 좋아합니다.
다음에 언젠가 위 시들의 해설도 작성할 날이 오겠죠.
오늘 포스팅은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 해설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최근 감명깊게 본 <인사이드 아웃2>와 관련하여 이 시의 주제에 대한 짧은 사설도 담아봤습니다.
1.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 주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
<1연>
=> 미래 시점을 가정
=> 화자의 젊은 날이 담긴 '종이'
=> 많은 노력을 했던 젊은 날
먼 미래에 종이가 낡아질 무렵 화자의 젊은 날을 담은 종이가 떨어집니다.
화자는 젊은 날 너무도 많은 것을 했기에 종이는 빼곡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화자는 '어리석다'고 표현하죠.
<2연>
=> 열심히 노력하지만 실질적인 결실을 거두지 못함 (영탄법 반복)
화자가 그 빼곡한 종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은 그 노력들이 의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공중에서 움직인 것과 같이 말이죠.
'-구나'로 영탄법이 1연에 이어 반복되고 있습니다.
<3연>
=> 지난 날을 돌이켜 봄
화자는 한숨을 쉬며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봅니다.
<4연>
=> 타인과의 단절, 혹은 나에 대한 타인의 무관심
=> 나의 젊은 날의 노력들은 질투에서 기인했음
돌이켜본 화자의 젊은 날은 질투 뿐이었습니다.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리고 타인보다 나아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타인의 인정은 받기 어렵습니다.
설령 받았다고 해도 질투가 삶의 희망이자 원동력이었던 것은 조금 슬픈 일입니다.
<5연>
=> 다시 현재 시점. 화자의 젊은 날이 담긴 '종이'에 글을 남기는 현재의 화자
=>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반성
스스로의 젊은 날을 돌이켜본 화자는 이제 그 종이에 글을 남깁니다.
사랑이 없었기에 사랑을 얻을 수 없었다고 말이죠.
2. 질투는 나의 힘 해석: 질투와 사랑
이 시는 책갈피가 힘이 없어지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를 가정합니다.
그 때에 젊은 날을 바라보면 화자는 참 기록할 것도 많은 공장처럼 바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바쁜 삶은 공중에서 머뭇거린 것과 같은 허망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질투'가 이 모든 노력의 목적이자 원인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화자는 이제는 타인의 사랑 혹은 인정을 갈구하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의 핵심 문장입니다.
타인의 사랑을 위해 미친듯이 노력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죠.
젊은 날 노력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하지만 그 노력이 남의 인정이나 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조금 안타깝습니다.
본인에 대한 사랑이 먼저고 본인을 위한 노력이 먼저입니다.
3. 질투가 원동력인 삶
하지만 무엇이 건강한가를 논외로 치더라도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제목이 참 공감이 가지 않나요.
최근 개봉한 인사이드아웃2에서 질투라는 감정이 불안과 콤비처럼 나왔습니다.
질투는 불안과 가깝습니다.
타인이 잘하는 것을 보고 느껴지는 질투는 내가 뒤쳐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 두 감정은 분명 현대인, 특히 경쟁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뿌리박혀 있는 감정들임에는 분명합니다.
사회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에도 꽤나 큰 기여를 했겠죠.
하지만 질투와 불안으로 이룩하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은 기쁨이가 조종간을 잡았듯 내가 진실로 좋아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국어 읽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시] 오규원 <물증> 해석 (0) | 2024.08.08 |
---|---|
[현대시] 최승호 <북어> 해석 (2) | 2024.08.07 |
[2022 수능] 헤겔의 변증법과 예술의 종말 (1) | 2024.08.01 |
[비문학 인문지문] 반자유의지 논증 (0) | 2024.07.27 |
[산문] 이태준 <성> & <해방전후> 해석 (0) | 2024.07.25 |
[현대소설] '원숭이는 없다' 해석 & 내용 (2) | 2024.07.24 |
[비문학 읽기] 2023 6모 국어 혈액응고 지문 (13번) (0) | 2024.07.23 |
[현대시] 김수영 <나비의 무덤> 해석 (0) | 2024.07.18 |